창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완벽한 결과물'이라는 유령과 싸우게 된다.
머릿속에서는 멋진 장면이 떠오르고, 손에 잡힐 듯한 결과물이 상상되지만 막상 손을 움직이면 어딘가 어색하다.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 결과물 앞에서 실망하고, 멈춰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완벽주의'는 창작자의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
오늘은 왜 '완벽한 결과물'에 집착할수록 창작이 어려워지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창작을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술 부족이나 아이디어 고갈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 전부터 머릿속에 그려놓은 이상적인 완성도 때문에, 현실의 첫 시도가 초라하게 느껴져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릴 때, 머릿속에는 완성된 일러스트가 선명한데 막상 펜을 들면 선 하나 그리는 것도 부담스럽다.
글을 쓸 때도 문장의 완성도부터 걱정하다 보면 첫 문장을 쓰기까지 몇 시간을 보내게 된다.
완벽한 결과물을 전제로 하는 순간, 우리의 손은 움직이기를 멈춘다.
창작은 '시작이 90%'인데, 완벽주의는 그 첫 단추조차 채우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는 자주 착각한다.
'훌륭한 창작자는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작업을 해낼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유명한 창작자일수록 수많은 드래프트와 실패작을 거친다.
그 과정 속에서 방향을 잡고, 점점 더 정교한 결과물을 만든다.
창작은 반복과 수정의 예술이다.
완벽주의는 이 순환을 거부한다. 첫 결과물에서 바로 완벽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첫 번째 초안이 곧 완성작'인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럴듯한 한 문장, 한 장면이 만들어진다.
창작은 단순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 그 이상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는 감정을 풀어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결과에만 집중하면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과 몰입을 무시하게 된다.
창작의 흐름, 감정의 물결, 손이 움직이는 리듬은 전부 창작의 일부다.
결과물만 보고 있으면 이 모든 것을 흘려보낸다.
그러다 보면 창작은 더 이상 즐거운 일이 아니라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으로 변질된다.
많은 창작자들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과, ‘완벽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욕심을 혼동한다.
하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르다.
‘좋은 작품’은 보는 이에게 감정을 전달하고, 창작자의 생각이 잘 녹아있는 결과물이다.
반면에 ‘완벽한 작품’은 오류가 없고, 기술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이 항상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때때로 작은 결점, 어설픈 표현, 거친 선이 오히려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완벽함보다 진정성이 더 중요한 순간이 있는 것이다.
결국 창작은 하나의 습관이다.
완벽한 한 작품보다는 꾸준한 창작이 더 많은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매일 10분이라도 뭔가를 만들어내는 습관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실력은 따라오게 된다.
완벽을 추구하다가 멈춰버리면, 실력은 멈춘 채 욕심만 자라난다.
완벽주의는 창작의 적일 뿐 아니라, 성장의 속도까지 갉아먹는 독이 된다.
창작자에게 '완벽한 결과물'이라는 단어는 참 달콤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 단어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는 창작에서 멀어지고 만다.
완벽이 아니라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결과물, 꾸준히 쌓인 작업물이 결국에는 더 큰 가치를 만든다.
지금 당장 완벽하지 않더라도, 계속 만들어가는 사람이 결국 완성에 가까워진다.
그러니 오늘도 가볍게 시작해보자.
어설퍼도 괜찮다.
그게 바로 창작의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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